이재용 재판에 '입김'…청와대, 문건 공개 후폭풍

입력 2017-07-16 18:41  

청와대 '박근혜 정부 문건 공개' 파장

청와대, 작성자도 불분명한 문건 갑자기 공개…'이재용 재판' 개입 논란

경제계 "이재용 유죄 입증 어렵자
특검, 김상조·정유라 불러내 이재용 부회장에 불리한 진술 쏟아내"

청와대 발표만으로 재판부에 부담줘…법조계도 "증거능력 부족"



[ 조미현/좌동욱 기자 ]
청와대가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민정수석실 문건 내용을 공개한 것을 놓고 재판 개입 논란이 야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관련 재판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자료를 청와대가 발표한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특검 측 증인으로 나서고 청와대가 신빙성이 의심되는 자료를 공개하는 등의 ‘공세’를 펴는 것은 이번 재판을 또 하나의 여론전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전 정부 청와대가 생산한 메모가 작성된 시점이 2014년 8월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다”며 “자필 메모라 작성 시점이 없지만 그때가 맞다는 정황이 있어 특검에 관련 자료를 함께 넘겼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의 청와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과 메모를 발견했다고 지난 14일 공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메모 작성 시점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면서도 누가 작성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경제계는 이런 상황이 1심 선고를 한 달여 앞둔 이 부회장 및 삼성 경영진의 뇌물 공여 재판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특검과 청와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이 부회장 재판에 불리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재판의 주심인 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증인으로 출두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증인의 의견은 참고만 할 뿐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수차례 발언했다. 김 위원장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 등 재판의 핵심 쟁점에 대해 사견을 설명하자 이를 제지하면서 한 발언이다. 특검과 변호인들은 “최근 들어 재판부가 이 부회장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이미 내린 것 아니냐”고 추정한다. 변론 종결(결심)을 내달 2일로 못 박은 것도 재판부 판단이 이미 섰다는 정황 근거로 제시된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제시한 문건은 증거 능력도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작성자, 작성 경위 등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문건을 공개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발표만으로도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야당에서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을 검증도 없이 서둘러 발표한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청와대의 정치적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가 밝힌 메모 작성 시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 8월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첫 독대한 시점보다 한 달 앞선 시기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청탁했다고 주장하는 특검의 핵심 공소 내용과 맞지 않는다.

청와대 문건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재수사를 노린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는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검찰 독립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수사 지침을 내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어떤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다”고 비판했다.

특검이 김 위원장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시킨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인은 김 위원장 법정 출두가 임박하자 검찰에서 진술한 그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했다. 더구나 이 재판의 피고인들은 공정위 핵심 관할인 대기업 경영진이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는 증인을 법정에 무리하게 출두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증인 출석 하루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법원 증언대에 세운 것도 특검의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미 정씨를 여섯 차례 이상 소환해 조사했으며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청구해 기각당했다. 3차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상황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참고인 신병을 새벽에 확보해 증언대에 세운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비판이다. 특검은 “정씨 스스로 결정해 증인으로 출석했다”고 하지만 정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다른 얘기를 한다. 이 변호사는 “특검이 새벽 2시부터 재판에 출석하기까지 8시간 동안 호텔에서 정씨를 감금했다”며 “‘특검이 ‘보쌈 증언’을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미현/좌동욱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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